대사질환을 위한 기초 실험 연구의 디자인과 전개
김 재 우, MD, PhD

부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생화학-분자생물학교실
부교수, 연세대학교 WCU 대학원 융합오믹스 의생명과학과
japol13@yuhs.ac, 02-2228-1685
I. Introduction
임상의학자가 기초 실험을 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초 실험에 대해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는 상황에서 임상에서 또는 논문에서 얻어진 아이디어만으로 실험 디자인을 세우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사실 임상의학자가 임상 술기를 익히는데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듯이 기초의학이나 분자생물학 실험 술기를 깔끔한 결과를 얻을 정도로 익히는 데에는 본인의 경험상 수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상의학자가 실험을 해야 하는 경우 단기간에 요령껏 실험 결과를 얻으려 애쓰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뼈를 깎는 노력을 하면 단기간에도 실험 능력을 키우고 성장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임상의학자들이 실험에 눈을 돌려 시간을 쪼개어 밤을 새워 노력하는 것을 많이 보는데, 그것 역시 뼈를 깎는 노력이라 할지 모르지만, 여기서 말하는 충분한 노력이란 하루 종일 실험하고도 잠을 줄여가며 또 실험을 하고 또 하는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코 시간을 쪼개어 실험하고는 원하는 것처럼 빠른 습득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임상의학자가 실험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애당초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면 하지 말라는 이야기인 것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과학의 본질은 항상 똑 같은 것이며, 의학이 과학의 일부이며 현재처럼 생명과학의 시대에 도대체 의사가 연구를 하지 않으면 누가 생명과학을 연구하겠는가. 더구나 임상 연구(clinical study)만으로는 방법론상 의사가 가지는 수많은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어려운 법이고, 호기심과 과학적 아이디어의 전개는 종종 임상 연구와 기초 연구를 아우르는 법이다.

생명과학은 그 특성상 손재주가 조금 필요하고, 위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각고의 노력 끝에 실험을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많은 경험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손재주만 가지고는 연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다. 기초 연구가 어렵다고 생각하며 결과를 내지 못하는 많은 임상연구자들을 보아온 경험으로, 필자는 실험의 반복 경험이 부족하여 손재주가 도달 못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부분은, 바로 기초연구의 디자인과 해석에 대한 능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시간을 쪼개어 노력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이 부분이지만, 많은 임상의학자들은 기초 연구의 흐름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한다.

물론 임상연구자들 중에 기초연구를 대단히 잘 수행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절대로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임상연구자이자 기초연구자이다. 본 원고에서 필자는 기초연구를 수행해 본 경험이 없거나 적은 소위 초보자들을 위해서, 실험 디자인의 이해와 그 전개과정을 예를 들어 설명해 보려 한다. 물론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런 글 하나를 읽고 갑자기 능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강조해두고자 하며, 단지 연구를 하면서 그 이해를 높이고자 하는데 목적이 있다.

II. Steps of the scientific methods
너무 기초적인 내용이 될지는 몰라도, 필자가 그 어떤 것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초-중-고 시절 과학시간에 배웠던 “과학의 단계”이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관찰 – 가설 – 실험 – 결론의 단계가 그것이다. 결론을 얻으면 그 결론이 새로운 관찰적 사실이 되고 다시 가설로 이어지는 싸이클이 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나는 생명과학에서야말로 이 과정이 몸에 배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수많은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그들이 참으로 실험을 열심히 하지만 종종 가설이 없는 상태에서 무모한 노력만을 하고 있는 걸 본다.

1) Observation
관찰은 현 시대에서 임상 필드에서 얻은 경험이 될 수도 있지만, 많은 부분을 논문에서 얻게 된다. 실험을 계속 하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의 결과 역시 관찰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 물밀듯이 생겨나는 궁금함(curiosity)이 연구의 기본이 된다. 늘 말하는 것이지만, 궁금한 것이 없으면 연구를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궁금하지 않은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고, 궁금한 것이 없는데 인생의 소중한 시간을 바쳐서 연구할 이유가 있는가. 궁금한 것도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밝히려고 하는가. 초보 연구자 시절은 누가 시켜서 해야 하는 일이라고 항변할지 몰라도 그 와중에도 궁금함이 생겨나야 한다. 궁금함이 많은 사람은 논문 한편을 읽더라도 궁금한 게 많이 생각난다. 한나절만 PubMed를 따라다니고 있으면 무궁무진한 궁금함과 아이디어가 생긴다는 말이다. 그런 것에서 바로 다음 단계인 “가설의 탄생”이 이루어진다.

2) Hypothesis
훌륭한 과학자는 많이 밝혀내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좋은 가설을 잘 세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가설이 없는 상태에서 실험하는 것도 매우 피곤한 일이고, 좋지 못한 가설이나 억지로 만든 가설을 가지고 실험하는 것은 더더욱 피곤한 일이다. 이 부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Known”과 “Unknown”을 잘 정리하는 것이다. 여태까지 알려진 사실은 무엇이며, 지금 모르기 때문에 알아야 하는 것을 명확히 파악하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논문을 찾고 읽어야 하며 PubMed를 수없이 찾아보아야 한다. 이것은 내가 기껏 연구한 것이 다른 사람이 이미 해 놓은 일이었던 것을 피하자는 그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고, 알려진 것을 기반으로 더욱 훌륭한 가설을 세우기 위함이다. 예를 들어 “요즘 AMPK가 중요하다는데 당뇨한자들한테서 AMPK를 보겠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면 거기에서 뭘 볼 것이냐”고 물어보면 대답이 궁해지고, 더 나아가 “뭘 예상하느냐”고 물으면 답이 없다. 그러면 “지금까지 AMPK가 당뇨환자에서 무엇이 어떻게 밝혀졌고 너는 뭐가 궁금한거냐”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게 된다. “AMPK가 당뇨환자의 간에서 활성이 낮아져 있을 것이며, 이 경우 AMPK를 활성화시키면 에너지 소모를 촉진하여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될 것이다”라는 구체적인 가설을 세워야만 한다. (이런 가설을 2000년대 초반에 세웠다면 지금 당신은 Nature에 논문을 열 편도 넘게 실었을 것이다.) 이처럼, Known과 Unknown을 확실히 하면서 호기심을 바탕으로 대단히 구체적인 가설을 세워야 한다. 그리고 그래야만 다음 단계의 핵심인 “훌륭한 실험 디자인”이 탄생하게 된다.

3) Experiments
좋은 가설을 세웠다면 그것을 실험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초보자나 임상의학자들은 가설을 두고 어떻게 실험 디자인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게 마련이다. 그걸 다 알면 전문가일 테니까 그건 너무도 당연하다. 실험 디자인은 기초의학자의 도움을 받아가면서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 과정에서 왜 그렇게 디자인하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해야 함은 물론이다. 이 단계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실험 디자인이 의미하는 것이다. 임상에서 얻은 수많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할 때, 실험으로 증명하지 못하면 그 아이디어들은 사실 아이디어라고 볼 수 없다. 뭔가가 유전되는 것이 있다는 걸 사람들이 느끼고는 있었지만, 멘델이 그런 실험 디자인을 하지 않았다면 밝힐 수가 없는 것이다. 이처럼 실험 디자인은 그 “가설의 검증과 실현”이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과학의 4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이 “실험 디자인”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과학자의 번뜩이는 능력이 발휘되는 부분도 이 부분이고, 과학을 쥐고 흔드는 사람들은 이 부분의 천재들이라고 말하고 싶다. 실험을 하는 것도 물론 중요할 수 있으나, 실험을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말이다. 연구를 좋아하는 사람은 늘 노트와 컴퓨터에 실험 디자인을 하면서 끄적거린다는 것, 그리고 파이펫을 쥐기 이전에 이미 가슴이 무척 설레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그래서, 어떤 저널에서는 투고할 때 각 저자들의 role이 무엇이었는지 기술하는 란이 있는데, 그 중에서의 으뜸이 “designed research”이고 주저자들은 반드시 이에 기여했어야 한다.

4) Conclusion
결론은 늘 그렇다. 일년 365일을 실험하면 아마도 300일은 실패하는 날이다. 하지만 단 7일의 성공으로도 Nature 논문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것은 실패라고 볼 수 없다. 결과를 보면서 무리한 결론에 이르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한다.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쳐다보게 되면 그렇게 된다. 이렇게 하면 한 순간은 행복할지 몰라도, 앞으로의 성공은 기약하기 어렵다. 잘못된 관찰에서 세운 잘못된 가설, 그 아래에서 실험하면 시약 낭비 이상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부분을 놓치지 말고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나는 그간 수많은 실험을 해 오면서 “결과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Results do not lie)”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 순간부터 못 견디게 실험이 좋아졌다. 실패한 결과는 그 이유가 있다. 그것을 내가 알아낼 수 있건 없건 간에 말이다. 결과가 들쭉날쭉하게 나왔다면 들쭉날쭉 실험한 것이고, 똑 같은 치료로 어떤 사람은 치료되고 어떤 사람은 치료가 안 된다면 사람에 따라 (그 이유는 몰라도) 뭔가 다르기 때문이지, 결과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눈으로 실험 결과를 바라보면 실패한 결과가 모두 성공의 초석이 된다.

III. Basic molecular concepts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모두 훌륭한 발견을 하고 좋은 논문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희망일 뿐이고 각자의 꿈이라고 해 두자. 아무튼 우리는 그 꿈에 대해서 한 발 한 발 차분하게 해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이제 다소 답답한 분자생물학의 이론으로 들어와서, 실험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꼭 알아야 할 개념들을 짧게 설명하고자 한다. 아래 내용이 분자생물학의 전부일 수도 없고, 하나하나 모두 시간을 들여 개념 이상의 내용을 오래도록 공부해야만 하며, 또한 분자생물학이란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개념들이 튀어져 나오는 분야라는 것을 명심하도록 하자. 다만 여기에 열거된 내용은 혹시라도 모르고 있었다면 실험 디자인에 한계가 생기는 부분이라 앞으로 스스로 공부해야 할 것들을 정리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1) Eukaryotic gene structure
Promoter, exon, intron의 개념과 구조, 5'-UTR(un-translating region), 3’-UTR의 구조, ORF(open reading frame), CDS(coding sequence) 등은 유전자 시대에 필수적인 지식이다. 그러나 사실 어떤 유전자를 분석한다고 하면서 이 개념을 모두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을 의외로 보기 힘들다. 현재는 human genome project의 결과로 human chromosome의 모든 염기서열을 인터넷으로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싸이트가 있지만 http://ucsc.genome.edu 를 추천하며, 이 싸이트를 들어가 여러 정보를 해석할 수 있는 정도는 기본적으로 알아두어야 한다. 이 싸이트와 연결되는 GenBank 역시 중요하다. (GenBank는 PubMed 화면 http://www.ncbi.nlm.nih.gov/sites/entrez 에서 nucleotide 항목 검색으로 들어갈 수 있다.)

2) Gene expression, central dogma,
많은 경우에 있어서 우리의 연구 대상은 gene expression이다. 유전자의 mutation이나 SNP를 연구하더라도, 그런 genomic change가 결국 gene expression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최종적으로 세포의 행동(cell behavior)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질병의 개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전 정보의 흐름을 말하는 central dogma의 개념이 잘 잡혀 있어야 한다. 또한 SNP 연구 등의 여파로 기초실험실에서나 이루어지던 promoter assay를 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promoter의 개념과 transcriptional mechanism을 알아두어야 한다.

3) Coding sequence, mRNA and protein sequence
Gene expression에서 중요한 것이 mRNA를 분석하는 것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protein을 분석하는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에, 요즘 임상 샘플이건 기초 실험이건 간에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실험이 real-time RT-PCR이라고 할 수 있다. 기계가 모자를 정도로 활발히 실험하고 있는 부분인데, mRNA의 구조를 모르면 primer 하나를 디자인하지도 못한다. 또한 mRNA와 CDS에서 아미노산을 coding하는 관계 역시 분자생물학의 핵심이다.

4) Protein structure
단백질의 구조는 사실 임상과학자들에게는 너무 어려운 부분이고, 기초과학자들 중에서도 이쪽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면 잘 알지 못한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단백질의 1, 2, 3, 4차 구조에 대한 개념, 그 중에서도 3차 구조가 의미하는 바를 알아야 한다. 단백질의 folding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단백질 실험 자체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또한 이를 알아야 단백질의 domain에 대한 개념이 생긴다. 관심 있는 유전자가 생겼다고 할 때 mRNA (혹은 cDNA) 염기서열로는 그다지 정보를 캐 내기 어렵지만, 그로부터 유래되는 아미노산 서열을 이용하여 수많은 정보와 예측을 할 수 있다. 단백질로 많은 부분을 예측하는 Expasy http://prosite.expasy.org/ 를 참고할 수 있고, 또한 SMART http://smart.embl-heidelberg.de/ 역시 매우 유용한 싸이트이다. 5) Gene cloning
Gene cloning은 분자생물학 실험 기법의 기본적인 개념을 많이 담고 있기 때문에, 언제나 초보자들에게 시작점이 된다. 이를 통해서 개념보다도 실제로는 실기에 가까운 정보를 많이 얻게 되기 때문이다. 실험실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실험이 gene cloning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이용하지 않으면 분자생물학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이다. 여러 가지 책을 참고할 수도 있으나, 필자가 웹에 올려놓은 강의 싸이트 http://biochemistry.yonsei.ac.kr/biochem_molecular/ 를 참고하면 쉽게 배울 수 있다.
전문가가 되려면 한이 없는 것이겠지만, 위의 개념들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고, 그 이외에 자신이 연구하는 분야의 이론을 공부하여 체계적인 지식을 갖추어야 훌륭한 실험 디자인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분자생물학 교재에서 cell signaling, cell differentiation, cell cycle, gene expression and transcription, cancer biology 등이 그런 부분이 된다.

IV. Basic molecular experiments
분자생물학의 이론 및 개념이 아무리 탄탄히 잡혀 있어도, 실제로 실험하는 사람들은 수많은 장벽에 부딪히게 된다. 실험을 하려면 protocol이 있어야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 잘 정리된 protocol을 던져주고 그대로 하기만 하면 결과를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실험실의 막내로 들어가 잠시 동안만 그런 행운이 있을 뿐, 곧 더 이상 내 실험을 위한 protocol을 정리해주는 사람은 없게 된다. 특히 임상과학자들은 실험에 대해 물어볼 사람이 적고 자기가 너무 모르기 때문에 창피할 까봐 묻지도 꺼려지는 것이 보통이다.

실험의 protocol은 지도교수도 정리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럴 시간이 없다. 전체적인 윤곽과 실험 step을 정리해주는 일이야 할 수 있지만, 처음 실험을 했을 때 결과를 보고 더 좋은 결과를 위해 protocol을 수정해 나아가는 것은 결국 실험자의 몫이다. 지도교수가 뭐를 몇 ul 넣고 몇 분 있어야 하고를 다 정해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좋은 연구가 되지 않는다. 실험자들은 본인의 실험이 성공할 수 있게 주위에 경험자들을 쫓아다니는 일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Bric의 Q&A를 두들겨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Bric에 물어보기 전에 실험자들은 그 보다 몇 배는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는 실험서들을 참고해야 한다. Molecular Cloning 이라는 3권짜리 책은 장식품이 아니며, 그 속에는 정말 많은 주옥 같은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아래에 열거할 실험 주제들 역시 좋은 책들이 많고, 일일이 추천할 수는 없지만 책이나 인터넷의 내용들 (Q&A가 아닌)을 찾아보는 것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인 분자생물학 실험 분야들을 간단히 소개해 본다.

1) PCR, RT-PCR, real-time PCR
실험실에서 가장 간단히 할 수 있는 실험이다. 이론적인 것도, 결과를 내기 위한 손재주의 향상을 위해서도 아주 중요한 실험이다. 이 실험에서 DNA denaturation, RNA, enzyme, buffer 등의 기본 개념이 익혀진다.

2) DNA & RNA extraction
세포나 조직에서 DNA나 RNA를 뽑아내는 일은 무척 중요하며 종종 실험의 quality를 결정하는 주요 과정이다. 일정한 테크닉으로 좋은 quality의 DNA 혹은 RNA를 분리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최근에는 경험자들도 kit를 이용해서 실험하게 된다. 어떤 실험이든 kit를 이용할 때는 그 원리에 대해서 좀 이해를 해야 하며, kit와 함께 딸려오는 작은 책자와 protocol을 완전히 숙지해야 한다.

3) Western blot analysis
단백질의 분석은 90% 이상 western blot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고 적어도 현 세상에서 분자생물학 관련 논문 그림의 절반 이상이 western blot으로 나온 결과들이다. 이 이상 중요한 실험이 없다는 말인데, 사실 가장 어려운 실험 중의 하나이다. Western blot은 잡고자 하는 단백질에 따라서 또 다른 노력을 해야 할 정도로 실험실 고수들도 골치를 썩이는 실험이니 초보자가 예쁜 결과를 내기가 무척 어려운 것이다. Western blot은 단백질 추출 및 정량 – SDS-PAGE – Western blot의 3단계를 포함하며, 각각의 step이 모두 중요하니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그 중에서도 단백질 추출은 정형화된 protocol도 없고 참고할 만한 이론서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실험에 맞추어 고수들의 자문을 얻지 않으면 실패가 많을 수 밖에 없다. SDS-PAGE는 그다지 어려운 점이 없지만, Western blot은 antibody-antigen reaction을 이용하기 때문에 antibody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필요하다.

4) Cell culture
세포 배양은 세포 배양실의 hood에서 배양접시에 세포를 깔고 배지를 갈아주는 아주 단순한 테크닉이다. 옆에서 보면 이처럼 단순한 실험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 내용으로 들어가면 수많은 경험과 이론이 뒷받침 되어 있으며, 세포 배양 실험 자체가 쉬운 실험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초보자가 건드린 세포는 더 이상 쓰지 않을 정도로 세포를 잘 다루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사실 이론은 간단하다. 세포를 변형시키지 않고 키우고 그 세포에 무슨 처리를 한 다음 세포를 걷을 때까지 잘 유지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 세포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하며, 각 세포에 대한 ATCC 정보 등을 숙지해야 한다. 또한 Animal Cell Culture 등의 제목을 가진 책들을 좀 찾아보는 것이 좋다.

5) Vector, cloning, plasmid DNA, virus
우리는 보통 gain-of-function, loss-of-function 실험을 통해 그 유전자의 기능과 영향을 밝혀 나가게 되는데, 흔히 실험실에서 plasmid 혹은 virus를 통해 그런 실험을 한다. 위에서 설명하였던 gene cloning의 개념이 필수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개념을 잘 알고 있어도 실제로 vector의 사용으로 들어가면 너무나도 알아야 할 것이 많으며, 혼란 속에 싸인 초보자들이 “혹시 이런 걸 공부하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느냐”라는 질문을 많이 해 온다. 사실 답이 없다. Vector에 대해서 잘 알고 싶으면 vector를 만든 회사의 매뉴얼을 열심히 읽는 게 차라리 나을 정도다. 정보를 잘 해석하려면 cloning vector, expression vector, plasmid, virus 등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Vector 마다 달려있을 promoter에 대해서도, vector를 구성할 때 달게 되는 “Tag”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이 원고에 필요한 부분을 다 소개할 수 없는 것이 아쉽다.

6) Transfection
DNA를 eukaryote 세포에 집어넣은 것을 transfection이라 한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최근에 많이 쓰는 것은 lipofectin을 이용하거나 viral vector를 이용하는 것이다. 실험실에서 세포 배양과 함께 흔히 하게 되는 실험인데, 이 역시 시약에 딸려오는 설명서를 수없이 읽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Viral vector을 이용하는 것은 또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공부가 많이 필요하다. Adenoviral vector, retroviral vector, 그리고 최근엔 lentiviral vector를 많이 이용한다.

7) siRNA technique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기 위해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siRNA technique은 그 자체로 노벨상감이었다. 이 실험기법은 이제 매우 대중적이 되어 어찌 보면 PCR 만큼이나 쉽게 생각되는 바이다. 말하자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siRNA 실험을 한다는 것은 어렵게도 생각되고 비용도 만만치 않아 고민하고 고민하다 하는 실험이었지만, 이제는 관심 유전자에 대한 첫 번째 실험으로 시행할 정도라는 이야기이다. siRNA는 primer처럼 직접 디자인해서 주문할 수도 있고 만들어진 것을 구입할 수도 있으며, transfection 역시 어렵지 않다. 지속적인 작용을 위해서는 siRNA와는 조금 다른 shRNA technique을 이용해야 할 수도 있다.

8) Animal experiments
동물을 이용한 실험은 몇 줄로 정리할 수도 없고 각자의 연구에 따라 무궁무진한 내용들이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각자의 실험 영역에 이용될 수 있는 동물 실험 모델을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당뇨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은 ob/ob, db/db, Zucker diabetic rat 등과 함께 high fat diet에 의해 당뇨를 유발하는 모델을 알고 있어야 한다. Knockout이나 transgenic mouse에 대한 개념도 필요한데, 이것은 사실 쉽지가 않다. 대사 연구를 하는 사람들은 사료의 종류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동물을 희생하여 장기 적출을 하는 것은 매우 오랜 연습이 필요하다.

위에서 열거한 실험들은 무엇을 알아야 할지 모르는 초보자들을 위한 열거일 뿐이며, 실전에서는 수많은 고민과 공부를 해야 한다. 본인의 실험에서는 본인이 가장 전문가가 되어야 하며, 그를 위해 시간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실험에는 왕도가 있을 수도 없고, 연구라는 것 자체가 남들이 마련한 길을 걸어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하며,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자꾸 부여해야 한다.

V. Special experiments in metabolism
대사에 대한 기초연구 테크닉도 위에서 열거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분자생물학적 기본이 모든 실험의 기본이 되는 법이다. 여기에서는 대사 분야에서 흔히 등장하는 실험 기법이나 분야들을 순서 없이 정리해 보려고 한다. 실험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을 수는 없기 때문에, 나중에 이 글을 읽는 연구자들이 실험 디자인을 할 때 참고할 수 있을 정도로만 기술하겠다.

1) Animal experiment design in metabolism
자신의 실험에 적합한 동물 모델을 찾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동물 모델을 이용하여 무엇을 할 것인지를 디자인한다. 예를 들어 약물을 투여할 것이라면 몇 주령의 동물에 injection route, 약물의 dose와 interval 등을 정해야 하며, 언제 언제 관찰할 것인지가 모두 실험 전 계획에 잡혀 있어야 한다. 또한 약물을 동물에 투여하는 경우 stock solution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간과하는 일이 많은데, 약물의 solubility를 열심히 찾아보고 문의하여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한다. 대사 연구에는 high fat diet (Fat 함유 40%kcal 혹은 60%kcal)를 이용해서 비만 혹은 당뇨를 유도할 수 있는데, 이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모델은 C57BL/6(보통 B6라 부름) mice이다. 마우스에 high fat-induced obesity를 만드는 것은 보통 12주 이상을 high fat diet 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최근엔 이에 관련된 여러 protocol이 있다. Knockout mice나 Tg mice도 사용할 수 있겠다.

2) Metabolic index
통상 대사연구에서 보는 metabolic index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body weight, organ weight or size, (2) food intake/energy expenditure, (3) serum index (glucose, TG/cholesterol, lipoprotein, fatty acid), (4) tissue index (liver, muscle, WAT/BAT 등 대사관련 장기의 morphology, TG 함유량), (5) functional index (glucose tolerance, insulin tolerance) 등이다. 이것이 전부가 아니고 얼마든지 필요한 것들을 더 조사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살아 있는 상태에서 측정해야 하는 것, 마우스를 희생한 다음 측정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서 생각해 두어야 한다. 살아 있는 상황에서 시기 별로 측정하는 것이 당연히 좋지만 그에 한계가 있는 것이고, 최근에는 작은 동물에 대한 imaging technique의 발달로 점차 dynamic change를 볼 수 있는 방법이 늘어나고 있다. 위의 것들보다 고급화된 실험들로 clamp study, metabolic cage study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런 것은 현재 개별 연구자가 셋업하기는 어렵고 대형 연구소에서나 가능하다.

3) Molecular index in metabolism 마우스를 희생하거나 세포를 수확하면, 이 샘플에서 여러 가지 대사와 관련된 변화를 조사할 수 있다. 주로 대사 관련 유전자들을 mRNA 혹은 단백질 수준에서 검출하는 것이며, 이에 대해서도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볼 수 있겠다. (1) metabolic enzymes or protein (GK, PFK, PK, PEPCK, G6Pase, FAS, ACC, FABP, FATP, UCP 등등), (2) transcription pathway (SREBPs, PPARs, PGC, ChREBP, LXR 등등), (3) signaling pathway (IR, IRS, PI3K, akt 등등)이다. 특히 metabolic pathway에 대한 것은 glycolysis, gluconeogenesis, lipid synthesis, lipid oxidation 등등 상황에 따라 주로 검사하는 유전자들이 있으니 충분한 논문 리뷰가 이루어진 후 디자인해야 하겠다.

4) Cell experiments in metabolism
대사 연구 영역에서 primary cell의 이용은 primary hepatocytes가 가장 일반적이며, 최근에는 지방 조직에 함유된 줄기세포인 adipose-derived stem cells도 이 범주에 넣을 수 있다. K/O mice를 분석할 때 주로 이용되는 mouse embryonic stem (MEF) cells도 사용해야 할 때가 있다. Primary cell은 분리하기도 어렵고 다루기도 어렵기 때문에, 그런 실험을 하고 있는 실험실에서 견학을 한번 하고서 실험에 들어가는 것을 권한다. 대사 영역에서 주로 이용되는 established cell line은 liver는 HepG2, Alexander, HII4E, AML-12 등의 세포가 있는데, 이들 세포주가 hepatocyte의 특성을 다소 잃어버리고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Muscle 쪽은 C2C12, L6 등의 세포주가 있는데, 이들은 미분화상태의 세포를 분화시켜 이용하는 세포이다. Adipocyte는 거의 반드시 3T3-L1 세포를 이용해야만 하며, 이 세포 역시 fibroblast 형태의 preadipocyte를 분화시켜 사용하는 세포주이다. 세포를 이용한 실험도 동물을 이용한 실험과 마찬가지로 세포의 행동이나 molecular index를 생각해 볼 수 있다. FACS, MTT, oil-red O staining 등, 무엇이든 자기 실험에 맞는 protocol 들을 찾아서 셋업하는 것이 좋다. 특히 세포 실험에서는 confocal microscope을 이용한 imaging study가 강점을 꼽힌다.

VI. To know a secret
연구는 우리가 생명 현상과 질병에 대해 궁금한 것을 파헤치는 것이며, 여기에 근본이 있다. 때로는 호미가 필요하고 때로는 쟁기가 필요하듯이, 비밀을 파헤치는데 분자생물학만을 이용해서 비밀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므로, 연구의 단계에서 가설을 세웠으면, 자기가 할 줄 아는 것만을 이용해서 실험 디자인을 하는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이 논문에 써 놓은 방법은 내가 다 배워서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해야 한다. 새로운 방법만을 개발하는 과학자들도 많고, 방법 개발에 취미가 있다면 그런 쪽도 좋은 연구 주제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지금까지 셋업되어 있는 많은 방법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더더욱 필요한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방법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꽤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셋업하는 노력이 무서워서 실험의 범위를 축소하고 실험 디자인을 무리하게 수정하는 일은 좋지 않다.

실험의 디자인은 또한 끊임없이 수정되어야 한다. 실험 한 번에 결과를 내려고 해서는 안되며, 잘 된 실험도 2-3번 어떤 식으로든지 다시 확인이 되어야 한다. Positive control과 negative control을 포함시켜 실험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며, 본인의 실험 결과를 신뢰하느냐 마느냐에 맞물려 있다. 논문에 나온 멋진 그림에 lane 1 ~ 5 가 있다고 했을 때, 실제로 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실험 디자인 상 lane이 열 몇 개는 있었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 원고의 특성 상 기초 연구에 대해 다소 피상적으로 기술하였음을 양해 바라며, 실제로 우리에게 가장 좋은 교재는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수많은 논문들이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Cell, Nature, Science, 그리고 JBC에 이르기까지 메이져 저널에 실리는 좋은 논문을 많이 읽으며 그들의 연구에 대한 가설과 디자인, 결과에 들인 정성과 합리적인 결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들의 연구에 대한 진정한 열정과 호기심을 배워나가는 것 – 그것이 미래의 연구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