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세포 배양의 모든 것
황승락

경북의대
동물세포 (animal cells)를 배양하는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효소, 호르몬, 백신, 면역 조절인자, 항암제 등 여러 종류의 의료용 치료 단백질을 생산하는 것과 이들 생산에 필요한 세포내 시그널 (signal)을 연구하는 것이다. 치료용 단백질은 유전자 재조합된 미생물을 이용하여 생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생성물이 대개 당그룹이 연결되어 있는 복잡한 단백질이기 때문에 단백질 합성뿐만 아니라 번역 후 수정 (post-translational modification)을 수행할 수 있는 동물세포를 이용하는 것이 제품의 품질면에서 바람직하다. 동물세포 배양이란 체외(in vitro)에서 인공적으로 체내 (in vivo)와 유사한 조건을 제공하여 세포를 대량 증식시키는 방법이다. 이때 동물세포는 부유(suspension) 상태나 부착 (attachment) 상태로 생장한다. 동물세포를 배양할 때 다음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1) 대부분의 동물세포는 표면에 부착하여 생장한다.
2) 동물세포는 미생물보다 크고 복잡한 세포로서 생장속도가 미생물에 비하여 매우 느 리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고 배양 도중 미생물에 의해 오염되기 쉽다.
3) 배양에 필요한 배지의 조성이 완전하게 알려져 있지 않고, 혈청(serum)과 같은 값비 싼 성분을 요구한다.
4) 동물세포는 섬세한 플라스마 막 (plasma membrane)으로 둘러 쌓여 있어서 전단력 (shear force)에 약하므로 산소 공급을 목적으로 한 심한 교반을 피해야 한다.

1. 세포 배양을 위한 동물세포의 처리
동물세포를 배양하기 위하여는 동물의 특정 장기 또는 조직에서 떼어 낸 조직들을 처리하여야 한다. 우선 무균상태에서 T-플라스크나 롤러 병 (roller bottle)에서 생장시키는 데 이것을 1차 배양 또는 초대 배양이라 한다. 이때 얻어지는 세포는 1차 배양세포(primary cell line)라 하며 부착의존성 세포(anchorage-dependent cell)이다. 1차 배양은 배지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 처리의 두 번째 단계는 EDTA, 트립신, 콜라게나아제 (collagenase) 등이 포함된 용액을 사용하여 1차 배양세포를 플라스크 표면에서 분리하여 배양하는 것이다. 이때 얻어지는 2차 배양세포(secondary cell line)는 현탁액상에서 자라도록 적응되어진 비부착의존성 (anchorage independent) 세포가 될 수 있다. 하이브리도마 같은 몇몇 동물세포는 부착의존성이 아니며 현탁배양 (suspension culture)에서 생장한다. 배양에 사용되는 동물세포의 형태는 세 가지로 비부착의존성 세포인 림프구 (lymphocyte), 부착의존성 세포인 상피세포(epithelial), 그리고 섬유아세포 (fibroblast)가 있다. 정상적인 동물세포 계통 (cell line)들은 사멸성 (mortal)이어서 세포분열 횟수가 한정되어 있다. 예를 들어, 인간 섬유아세포 (human fibroblast)인 MRC5는 약 30세대 분열 후 노화되어 더 이상 분열되지 않는다. MRC9 및 IMR90 등도 세포분열 횟수가 한정되어 있다. 그러나 동물세포를 형질 변경시키면 무한정 분열될 수 있는 세포가 만들어진다. 무한정 분열이 가능한 세포의 예로는 CHO-K1 (Chinese hamster ovary 기원의 섬유아세포), HeLa (인간세포 기원의 상피세포), Vero(원숭이 신장에서 유래된 섬유아세포) 등이 있다. 동물세포에는 아포토시스 (세포의 자살․자멸) 라는 기능이 있어 일정한 기간이 지나거나 생체 내에서의 역할이 끝나면 저절로 죽게 된다. 이 아포토시스의 움직임을 유전자 수준에서 억제하면 단백질을 만드는 동물세포의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2. 배양 대상의 선택
배양 대상으로 선택된 원(原)조직이 배조직 (embryonic tissue)인 경우에는 간세포 (stem cell)나 전구세포 (precursor cell)의 복제가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특정 세포를 구별하기가 어렵다. 반면에 성숙한 조직 (adult tissue)을 배양할 때에는 분화된 세포가 많기 때문에 특정 세포를 분리하여 배양하기에 유리하다. 그러나 세포의 생장속도가 느리고 생존기간이 짧다는 단점이 있다. 정상세포를 배양하는 경우에는 대부분 미분화 간세포 (undifferentiated stem cell)나 전구세포의 상태로 생장하다가 분화가 시작되면서 증식이 정지한다. 반면에 종양조직에서 유래된 세포의 경우에는 생장과 분화가 섞여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생장한다. 인공적인 배양이 가능한 세포는 골격을 이루는 골아조직 (osteoblast), 연골아세포 (chondroblast)나 결체조직 (connective tissue)을 이루는 섬유아세포 (fibroblast) 등이 있다. 또한 췌장 (pancreas)의 랑거한 섬세포 (Langerhans islet cell)나 간 (liver)의 간세포 (hepatocyte)와 같은대사조절 기능을 갖는 물질을 분비하는 복잡한 세포의 배양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인간배아의 간세포 (stem cell)의 배양도 가능하다고 보고되었다.

3. 동물세포 배양에 사용되는 배지
포유동물세포 배양을 위해 사용되는 배지는 미생물 배양용 배지보다 복잡하며 고가이 다. 미생물 배지를 구성하는 탄소원과 에너지원, 질소원, 무기염류, 미량원소 외에도 비 타민, 생장인자, 완충제 (buffering agent) 등이 포함되어야 하며 특히 5~20 %의 혈청 (serum)이 추가되어야 한다. 혈청은 호르몬, 생장인자, 비타민을 공급해 줌으로써 동물세포의 생장과 활성을 촉진시킨다. 혈청은 또한 호르몬, 미네랄, 지방 등을 운반하는 수송 단백질을 제공해 주는 등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단백질 분해효소 (protease)의 활성을 억제하고, pH 조절용 완충제 역할을 하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그 가격이 고가이며, 혈청 내에 포함되어 있는 단백질 및 펩티드 때문에 세포배양 후 얻어지는 제품의 분리정제 공정이 매우 복잡해진다. 또한 혈청을 멸균하기 위하여 가열법을 사용하지 못하고 여과 (filtration)해야 하기 때문에 마이코플라즈마 (mycoplasma) 또는 바이러스 등에 의한 오염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또한 혈청을 함유한 배지는 거품이 잘 생긴다. 그러나 혈청 사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배치 (batch) 마다 혈청의 조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혈청을 사용한 실험은 재현성을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동일한 세포를 같은 성분의 배지에서 배양한다 하더라도 그 배양의 결과가 항상 다르게 나타난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무혈청(serum-free) 배지가 개발되어 왔다. 무혈청 배지 내에는 포도당, 글루타민, 다른 아미노산, 염들 이외에도 혈청 대체 물질로서 인슐린, 트렌스페린 (transferrin), 셀레늄 (selenium)을 포함하기도 한다. 무혈청 배지는 그 구성 물질의 조성을 분명히 알 수 있어 배지 조성이 표준화되며 실험의 재현성을 높힌다. 또한 멸균이 용이하고, 생성물의 정제가 쉽고,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장점이 있다. 무혈청 배지의 문제점으로는 특정 호르몬이나 성장인자를 첨가해야 하는 경우 비용이 비싼 점, 상업화가 불가능하므로 용도에 따라 맞춤 생산이 되어야 하는 점, 세포의 생장속도가 혈청이 함유된 배지보다 느린 점, 세포 계통마다 서로 다른 무혈청 배지 조성을 요구하는 점과 무혈청 배지에 적응되지 않는 세포 계통이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무혈청 배지에는 Eagle's MEM (Minimal essential medium), DME (Dulbecco's modified Eagle's medium), Ham's F 12, SF 12, RPMI 1640 등이 있다

4. 동물세포의 대사
동물세포의 주요 대사경로에는 포도당과 글루타민 (glutamine)이 주요 탄소원 및 에너지 원으로 사용된다. 동물세포에 의해 포도당이 대사되면 박테리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해 당과정을 거쳐 피루브산이 된다. 또한 인산오탄당 경로 (pentose phosphate pathway)에 의해 오탄당을 만들어 핵산을 합성하는 것도 박테리아의 경우와 동일하다. 해당과정에서 만들어진 피루브산은 TCA회로에 의해 CO2와 H2O로 분해되기도 하고 젖산이 되기도 하며, 또한 지방산이 되기도 한다. 동물세포 대사에 사용되는 탄소원 중에서 특이한 것은 글루타민 (glutamine)으로서 이 물질이 대사되면 일부는 글루타메이트 (glutamate)가 되고, 글루타메이트는 TCA 회로로 들어가 다른 아미노산 합성을 위한 탄소골격 (carbon skeleton)을 만든다. 동물세포 대사의 주요 배설물은 젖산과 암모니아이며 알라닌 (alanine)의 배출 또한 중요하다. 젖산염 (lactate)과 암모니아는 세포 내부와 리소좀의 pH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세포에 유독하다. 따라서 이 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것이 고농도 동물세포 배양 시스템에서 중요한 문제이다.

5. 동물세포 배양용 장치
동물세포 배양에 필요한 장치로는 무균실험대 (clean bench), 이산화탄소 배양기 (CO2 incubator), 원심분리기, 도립현미경 (inverted lens microscope)이 있다. 무균실험대는 동물세포 배양용 배지가 박테리아나 곰팡이 등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비이다. 무균실험대는 사용 전후에 70 % 에탄올로 내부를 소독하고,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는 자외선 살균등 (UV lamp)을 켜서 무균상태를 유지해야한다. 이산화탄소 배양기는 공기에 5 %의 이산화탄소가 추가된 기체조성이 유지되도록 고안한 장치로서 대개 100 %의 습도와 37 ℃를 유지한다.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이유는 배지 내에 있는 탄산 완충용액에 의한 수소이온 농도(pH) 조절을 돕기 위해서이다. 원심분리기는 배지 중에 부유하는 동물세포를 분리하기 위해 사용되며 분당 3,000 rpm (1,500 g)이내의 범위에서 작동하여 세포가 파괴되지 않도록 한다. 도립현미경은 대물렌즈 (objective lens)가 시료판 아래에 장착되어 있어 배양기 바닥에 부착되어 있는 동물세포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사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