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연구계획서 쓰기
김하일

KAIST 의과학대학원
스스로 글쓰기에 자신이 없고 연구비를 잘 따지 못하면서 이런 강의와 글을 부탁받은 것에 대해 부담도 느꼈습니다. 간곡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하겠다고는 했지만 무슨 말을 써야할지 막막하게 고민을 하다가 의외로 인터넷에서 연구계획서 쓰기에 대한 많은 자료가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읽어보니 ‘아, 나는 이래서 연구비에 계속 떨어졌구나’하는 생각이 들만큼 잘 쓰여져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연구계획서를 잘 쓰는 방법을 찾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돌아와서 처음 지원할 때 주위분들이 지원하면 선정이 될 거라고 말씀해 주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연구계획서를 써서 지원했었는데 정작 결과는 탈락이었습니다. 심사평은 연구자도 우수하고 연구업적도 좋고 연구계획도 훌륭하다였는데, 결론은 탈락이었습니다. 처음엔 약간 당황하면서 무슨 이런 일이 있나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후 연구계획서에 훨씬 더 정성을 들이게 되었고 연구과제를 수주할 수 있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고 다른 분들의 연구과제를 심사하는 경험을 하면서 내가 왜 일반연구과제에서 탈락했는지를 깨달았습니다. 여기에 제가 지난 몇 년간 연구비를 받으려고 수도 없이 연구계획서를 쓰면서 그리고 다른 분들의 연구계획서를 심사하면서 보고 듣고 느꼈던 생각들을 두서없이 적었습니다.

우선 연구계획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연구비가 필요한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그냥 연구비 한번 받아볼까 하는 생각으로는 쉽지 않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연구비가 꼭 필요하면 정성스럽게 연구계획서를 잘 쓰게 됩니다. 따라서 연구계획서를 잘 쓰기 위해서는 연구비가 꼭 필요한 이유를 먼저 찾아야 합니다. 스스로 그런 이유를 찾지못하면 연구계획서를 쓰는 일은 불편하고 괴로울 뿐입니다. 연구비가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무언가 꼭 하고싶은 연구가 있어서일겁니다. 결과적으로 연구계획서를 잘 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흥미있고 꼭 해보고 싶은 연구주제를 찾고 그 연구를 실천에 옮기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 다음은 하나씩 해결할 수 있습니다.

꼭 해보고 싶은 연구주제와 목표가 있다면 그 주제에 맞는 연구비 지원기관과 연구비의 종류를 찾아야 하고 일정에 맞추어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연구계획서의 작성을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연구과제의 RFP(request for proposal, 제안요청서)를 자세히 읽어보아야 합니다. 모든 연구과제는 종류마다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되어 있습니다. RFP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기관에서 연구과제를 기획한 의도를 설명하는 것으로 특정 과제의 수행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제시함으로써 지원자가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문서입니다. RFP에는 얼핏 보면 단순하고 뻔한 말들이 쓰여져 있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데 꼭 필요한 정보가 생각보다 많이 담겨져 있습니다. 반드시 RFP에 써있는 목적과 요건에 부합하도록 연구계획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그리고 RFP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연구계획서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의외로 많은 분들이 RFP와 상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아무리 훌륭한 연구계획이라 하더라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연구계획서에 대한 심사를 하다 보면 가장 안타까운 일이 잘 써진 연구계획서인데 RFP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연구재단의 일반, 중견 연구자 사업의 경우에는 개인과제로 특정한 주제가 정해져 있지 않으므로 상당히 자유로운 주제의 연구계획서를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과제라 하더라도 연구비의 종류에 따라서 보는 관점이 약간씩 다릅니다. 이런 것들도 RFP에 잘 나와 있으니 꼭 확인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개인과제가 아니라 집단연구사업이나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기획된 top-down 형태의 과제는 RFP에 매우 구체적으로 요구하는 사항들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반드시 잘 읽어보고 RFP에 맞는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합니다.

개인과제의 경우 연구계획과 연구자의 능력을 주로 평가합니다. 연구자에 대한 평가는 주로 이전의 연구업적을 보게되고 연구계획은 연구목표와 내용, 연구방법의 적절함을 주로 살펴보게 됩니다. 많은 경우 연구업적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제 연구업적이 중요한 평가기준이기는 하지만 연구업적만으로 연구과제 선정여부가 결정된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합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볼 때 연구업적이 좋은 사람이 연구를 잘 하고 그래서 더 괜찮은 연구주제를 잘 선정해서 연구계획서를 쓰게되니 연구비를 수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연구업적은 여러 가지 요인 중에 한가지일 뿐이며 충분조건이 되지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구계획의 질적인 수준입니다. 연구계획의 수준이 높으면 연구업적은 실제업적보다 고평가를 받게되고 반대로 연구계획이 엉망이면 연구업적은 실제보다 저평가를 받게됩니다. 그러니 연구계획서를 잘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끔 연구자의 연구업적이 매우 우수하고 연구주제와 계획자체는 매우 훌륭한데 연구계획서가 엉망인 경우를 봅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연구책임자가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고 대학원생에게 대신 작성하게 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 주체는 연구책임자이니까 반드시 연구책임자가 연구계획서를 끝까지 책임지고 완성해야 합니다.

연구계획서를 작성할 때 양식에 맞게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연구계획서에 엄연히 정해진 양식이 있고 각 항목에 무엇을 적으라고 지정되어 있는데 그걸 무시하고 마음대로 쓰면 심사위원이 정확히 어디에서 무엇을 찾아서 읽어야 할지 혼란스럽게 됩니다. 특히 연구개요 혹은 요약문을 너무 자세히 써서 연구계획의 대부분을 포함해서 적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연구계획서는 읽기도 힘들고 심사위원이 이해하기도 힘듭니다. 연구개요나 요약문은 가급적 간결하게 연구계획의 핵심을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동시에 연구계획을 도식이나 그림을 이용하여 명료하게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너무 화려한 그림보다는 간결하면서도 연구주제와 내용을 잘 정리하여 연구계획서에서 하고자 하는 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글자의 크기, 줄간격, 장평 등은 연구계획서의 양식에 맞추어서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정해진 범위에서 더 많은 내용을 넣고자 글자크기, 장평을 줄이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읽기가 어렵고 심사위원에게 불필요하게 나쁜 선입관을 심어주게 되어서 득보다는 실이 많습니다. 강조할 내용을 적당히 붉은색이나 굵은글씨, 밑줄등으로 강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이 강조하면 강조의 의미도 퇴색되고 읽기도 어려워서 손해를 보게 됩니다.

연구계획서를 읽고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은 한번에 적게는 4~5개 많게는 20개 정도의 연구계획서를 심사하게 됩니다. 그 많은 연구계획서를 다 읽는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연구계획서를 처음 열어보았을 때 읽고싶도록 연구계획서를 쓰는 것이 좋습니다. 그 가장 좋은 방법이 제목과 요약문을 잘 쓰는 것입니다. 제목을 보고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있어야하고, 그래서 요약문을 읽어보면서 이런 연구를 하려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게 정말 가능할까 혹은 좀 더 궁금증이 생기면 연구계획서를 읽고싶어집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전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면 흥미를 잃게되고 그 다음부터는 읽기도 힘들어집니다. 읽기가 힘든 연구계획서는 아무리 뛰어난 연구계획이라도 이해가 어렵고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려워집니다. 아무리 연구자가 우수하고 뛰어난 연구계획이라도 연구계획서를 읽기가 불편하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가 어렵습니다.

연구목표를 정확하게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연구목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동기가 있는 목표여야 합니다. 너무 광범위하게 대략적인 목표는 실현 가능성이 없고 너무 세세한 목표는 목표라기 보다는 연구내용에 가깝습니다. 연구목표를 설정하고 나면 각각의 연구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험계획을 세워야합니다. 이것이 연구내용입니다. 연구내용은 연구목표와 잘 조화되고 누가 보기에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과 남들과 다른 새로운 접근방법이 적절히 잘 조화되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연구비의 규모와 연구팀의 규모 등을 고려하여 적절하게 작성되어야 합니다. 터무니 없이 많은 내용을 담아도 혹은 너무 부족해도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연구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각각의 연구내용들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습니다.

선행연구결과 혹은 예비연구결과도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입니다. 연구계획서에 목표와 내용이 있어도 선행연구결과가 없으면 계획서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지를 알기 어렵습니다. 선행연구결과는 연구자의 연구업적과 더불어 연구자의 자질을 평가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항목입니다. 선행연구결과에는 그림이 많이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거나 논문에서 사용된 영어로된 설명을 그대로 달아놓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별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논문의 그림처럼 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보다는 간단하고 명확한 설명과 함께 그림에 있는 결과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연구계획서의 내용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림의 해상도가 낮은 경우 보는 사람이 매우 불편하게 느껴지고, 이는 연구계획서를 읽고싶지 않도록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선행연구 부분에서 연구계획서에서 제안하고 있는 내용과 상관없는 결과를 나열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다만 연구진의 기술적 우수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약간은 광범위하게 선행연구결과에 포함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연구내용은 매우 논리적이고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도록 작성해야합니다.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다보면 의외로 연구내용을 작성하는데 소홀하기 쉽습니다.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던 분들은 내가 평소에 하던대로 한다는 생각에서 편하게 작성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연구를 새로 시작하는 분들은 처음이라서 소홀하기도 합니다. 연구내용은 결과적으로 연구계획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선행연구결과와 현재 연구분야의 흐름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연구내용을 잘 정리하여야 합니다. 연구내용에서는 연구과제가 추구하고 있는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실험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흔히 많이 보는 실수 중의 하나가 구체적인 방향성 없이 온갖 종류의 실험을 단순하게 나열해 놓는 것입니다. 여러개의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 유기적인 연구내용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년도 연구계획인 경우는 이렇게 유기적으로 구성된 연구내용을 다시 연차별로 적절하게 재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시간에 따른 연구내용만 작성하게 되면 연구과제가 유기적이지 못하게 보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연구의 필요성이나 기대효과는 적절하게 작성하면 됩니다. 사실 누구나 자신의 연구계획이 꼭 필요하고 엄청된 기대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적기 때문에 이 부분은 별로 영향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자신의 연구계획에 맞게 적절하게 기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연구의 필요성을 설명하는데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못합니다. 아마도 어떤 질병 혹은 사회현상에서부터 출발하여 점점 범위를 줄여가면서 제안하고자 하는 연구과제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설득하는 과정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기대효과는 반대로 매우 구체적인 효과에서부터 점점 범위를 넗혀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하는 방식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뇨병과 같은 분야의 연구는 사회적 영향이나 중요성을 그리 많이 표현하지 않아도 중요한 질병임이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니 당뇨병 분야에서 내가 제안하는 연구계획이 왜 중요한지를 설명하는 과정이 더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연구계획서에서 당뇨병의 유병률과 합병증등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내용을 연구계획서 첫부분에 장황하게 설명하고 나서 왜 자신의 연구계획이 당뇨병 연구분야에서 중요한지 혹은 희귀성이 있는지를 연관짓지 못합니다.

연구계획서를 가능한 빠른 시간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을 하고 여러번 읽어보면서 수정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초판을 작성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인 다음 퇴고의 과정을 생략하고 연구계획서를 제출하는 것은 매우 큰 실수입니다. 특히 글을 쓸 때는 발견하지 못하는 논리적 오류와 오타와 실수 등을 수정하기 위해서 반드시 퇴고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완성된 연구계획서를 동료 연구자에게 보여주고 의견을 구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심사자 혹은 연구자의 입장에서 읽어본 의견은 연구계획서의 완성도를 향상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다수의 연구자들이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일을 쉽게 생각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연구계획서야말로 정말로 공부를 많이 하고 써야합니다. 논문이 이미 만들어진 연구결과를 서술하는 것이지만 연구계획은 앞으로 하려는 연구를 팔아서 연구비를 수주하려는 것이니 파는 물건을 사고 싶도록 만드는 노력이 꼭 필요합니다.

특히 처음 연구책임자로서 연구계획서를 작성할 때 흔히 이전의 논문업적이 평가에 중요하다는 생각에 연구계획서를 소홀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전의 연구업적은 정확히는 나만의 것이 아니므로 정확히 내 연구계획서로 인정받으려는 노력을 들여야 합니다. 또 연구비 수주는 확률보다는 내가 연구비를 수주하느냐 못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그러니 실패할 각오로 자꾸 연구비에 지원을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연구계획서도 자꾸 쓸수록 좋아집니다.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누구에게든 문의하고 상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험이 많은 선배연구자나 연구과제를 관리하는 관계자에 물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모든 RFP에는 연구과제를 담당하는 부서와 담당자의 이름과 연락처가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전화해서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혹 전화로 문의했다면 불이익을 당할까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연구과제의 평가, 선정, 관리를 담당하는 분들은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지 연구과제를 직접 평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구계획서가 절차와 양식에 맞게 잘 쓰여지는 것이 관리하는 분들의 일을 줄여주기도 하는 것이어서 전화를 하면 항상 친절하게 도움을 줍니다. 연구과제를 접수할 때 가능하다면 2-3일 정도 여유를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가지 행정적인 절차가 생각보다 많이 걸립니다. 특히 처음 연구비를 신청할 때에는 이런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이를 고려해서 여유있게 미리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연구계획서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읽어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일반적인 연구자 혹은 다른 분야의 연구자 혹은 일반인이 읽어도 중요하다고 느끼고 연구계획이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써야합니다. 연구계획서는 결국 연구비를 받기위해서 연구비를 주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이지 심사위원을 시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논문도 그렇지만 연구계획서도 제출하고 난 다음에 다시 설득할 수 있는 기회는 없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연구계획서에서 설득을 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연구계획서를 쉽게 쓰는 것이 좋습니다. 주위사람에게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어떤 식으로든 소화해서 연구계획서 안에서 일반인의 수준에서 이해가 가능하도록 풀어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너무 복잡한 개념이나 가설을 쉽고 간단하게 풀어내는 것도 필요합니다. 연구계획서는 연구비를 받기 위해서 설득을 하는 것이고 상당부분은 앞으로 이렇게 하겠다는 계획이고 가설입니다. 가설과 계획이 과학적이고 정교하게 세워질수록 설득하기 좋겠지만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렵게 되면 심사위원을 설득하지 못합니다. 논문을 쓸 때에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정확하게 가설을 증명해야 하지만 연구계획서는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핵심결과만으로 가설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가설을 증명하는 것과 설명하는 것의 차이, 그게 논문과 연구계획서의 차이입니다. 그런데 많은 경우 연구계획서에 논문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논문이야 그 분야의 전문가가 평가하지만 연구비는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 누가 봐도 이해할 수 있게 쓰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 특히 실패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라 정확히는 성공하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저보다 경험이 많은 분들이 더 많으실 것입니다. 다른 분들에게 물어보고 도움을 청하는 일, 실패를 경험하는 일을 망설이지 마시고 시도해 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